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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 지내본 경험 – 감정 전이의 진짜 정체

by 오선임 2025. 5. 15.

오늘은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 지내본 경험 – 감정 전이의 진짜 정체를 탐구하기 위해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왜 그렇게 불안정할까?, 

감정 전이, 그것은 나의 감정이 아니다. 그리고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자기 보호법에 대해 설명해드릴 예정입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 지내본 경험 – 감정 전이의 진짜 정체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 지내본 경험 – 감정 전이의 진짜 정체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왜 그렇게 불안정할까?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우리는 종종 혼란을 겪는다. 방금 전까지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그가 갑자기 침묵하거나 짜증을 낼 때, 상대의 급격한 감정 변화에 따라 우리의 기분도 덩달아 흔들린다. 이러한 정서적 불안정성은 단순한 기분파의 성격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는 감정 조절 기능의 결핍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감정 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빠르게 해석하거나 통제하지 못한다. 특히 경계성 성격 특성을 가진 경우, 감정의 진폭이 크고, 그 변화가 예측 불가능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자신에게 감정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에 이미 행동으로 감정을 표출하고 있으며, 그러한 표출은 종종 타인을 압도하거나 당황하게 만든다. 감정의 미세한 신호를 포착하고 차분히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면의 불안을 외부로 투사하는 방식으로 반응하게 된다.

또한,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들의 정서적 반응은 뇌의 생리학적 특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뇌의 편도체가 과활성화되어 있어, 외부 자극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한다. 그에 비해 전전두엽, 즉 감정을 논리적으로 조절하고 해석하는 영역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해 감정을 억제하거나 이성적으로 다루기 어렵다. 이런 뇌 기능의 비대칭은 감정의 빠른 폭발과 느린 진정을 반복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주변 사람을 정서적으로 지치게 한다.

이러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문제는 그들의 감정이 너무 생생하고 진지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진짜 문제’라고 착각하며 과도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감정적 긴장 상태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의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감정 전이, 그것은 나의 감정이 아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감정 전이다. 감정 전이는 타인의 정서 상태가 마치 내 감정처럼 느껴지는 심리적 동조 현상으로,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감정에 감염되어 나의 기분과 반응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감정 전이는 감정이 강한 사람일수록 쉽게 일어나며, 감정이 자주 변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수록 우리는 그 기복에 ‘말려들기’ 쉬워진다.

심리학적으로 감정 전이는 거울 뉴런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타인의 표정, 몸짓, 말투를 통해 그들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은 인간의 사회적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한 특성으로 발달해왔다. 그러나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 지속적으로 함께 있다 보면, 이러한 공감 능력은 피로감을 유발하는 요소가 된다. 특히 상대의 불안, 분노, 절망 같은 부정적 정서가 강하게 표현될수록, 우리는 점점 감정의 주체가 나인지, 상대인지 헷갈리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감정적 경계’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자신의 내면 감정을 적절하게 해석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정서적으로 기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때때로 타인의 반응으로 자기 감정 상태를 조절하려 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불안을 타인에게 옮기고, 그 타인이 ‘괜찮아, 네 잘못 아니야’라는 위로를 해주어야 비로소 안정을 느끼는 방식이다. 우리는 점점 ‘그 사람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내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는 무의식적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심리적 구조는 관계의 피로도를 극도로 높인다.

결국 우리는 상대의 감정을 수습하느라 정작 자신의 감정은 돌보지 못하는 ‘감정 수거자’가 되곤 한다. 감정 전이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나며, 장기적으로는 정서적 번아웃이나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정 전이를 인식하는 것이 자기 보호의 시작이다. ‘이 불편함은 내 감정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이 나에게 옮겨온 것이다’라는 자각이 가능해지는 순간, 관계의 균형은 달라진다.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자기 보호법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정서적 거리 두기’이다. 이는 상대를 차갑게 대하거나 무관심해지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건강한 정서적 거리란, 상대의 감정을 인식하되 그것이 내 감정이나 책임으로 자동적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심리적 경계를 설정하는 능력을 뜻한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내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구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관계 속에서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나 피로감이 ‘내 기분’인지, 아니면 ‘상대의 감정 상태에 감염되어 생긴 것’인지 스스로에게 자주 질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일기나 감정 노트를 활용해 하루 중 유독 감정적으로 흔들렸던 순간과 그 상황에서 함께 있었던 사람, 감정의 원인 등을 기록하면 감정 전이 패턴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반응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상대방이 곧장 반응해주기를 원한다. 그들이 불안할 때 바로 달래주고, 화날 때 즉시 사과받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때 너무 빠르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그들의 감정 기복 패턴에 말려들게 된다. 오히려 숨을 한 번 고르고, 짧은 시간을 두고 반응하거나 ‘이건 지금 내가 받아들일 수 없어’라는 식으로 선을 긋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양보다 나 자신의 감정 위생을 우선하는 것이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있다 보면, 우리는 점점 감정적으로 ‘사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때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정서적 책임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보다, 내가 그 관계 안에서 나답게 존재하고 있는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타인의 정서적 기복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지켜내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의 관계는 때로 매력적이고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큰 정서적 대가를 요구한다. 그들의 감정은 종종 강력하고 진정성 있게 느껴지기에, 우리는 자꾸만 그들의 불안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감정은 타인의 것이며, 우리는 그 감정의 구조물에 무작정 들어가 살 필요는 없다. 감정 전이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감정적 경계를 설정해 나갈 때 비로소 관계는 균형을 회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