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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잘 듣는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 공감과 경청의 기술

by 오선임 2025. 5. 15.

오늘은 진짜 ‘잘 듣는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 공감과 경청의 기술를 탐구하기 위해 듣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듣기의 조건, 공감은 기술이다: 누구나 훈련 가능한 경청의 습관에 대해 설명해드릴 예정입니다.

진짜 ‘잘 듣는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 공감과 경청의 기술
진짜 ‘잘 듣는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 공감과 경청의 기술

듣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들었을 때,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응”, “그랬구나” 같은 반응만으로도 경청하고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단순히 말소리를 인지하는 것을 ‘청취’라 부르고, 타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경청’이라 정의한다. 이 두 가지는 겉보기엔 유사하지만, 정서적 영향력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잘 듣는 사람은 단순히 말의 표면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들은 상대의 말에 담긴 감정적 뉘앙스, 말하지 않은 맥락, 심지어 말의 공백 속에서 흐르는 불안과 욕구까지 포착하려 한다. 이는 곧 공감적 경청의 핵심이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공감적 경청을 “상대의 내면 세계를 마치 내 것인 양 정확하게 느끼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판단을 유보하고, 자신의 해석을 개입시키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내용보다 자신이 말하는 동안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지를 더 민감하게 느낀다. 잘 듣는 사람은 바로 이 심리적 맥락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잘 듣는다는 것은 정보를 정확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는 행위다. 누군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언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말하는 사람을 더 방어적으로 만들 수 있다. 경청은 상대방에게 ‘지금 이 공간에서 당신은 괜찮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다. 그것이 진짜 듣기의 출발점이다.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듣기의 조건

그렇다면 진정한 ‘잘 듣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단지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대화의 핵심 조건을 세 가지로 제시한다. 바로 존재의 수용, 감정의 반영, 반응의 일관성이다.

첫 번째, 존재의 수용은 상대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태도다. 이는 무조건적인 동의와는 다르다. 상대의 감정을 판단하거나 비교하지 않고, 그 감정을 ‘그럴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요즘 너무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라고 말할 때 “그 정도로 화낼 일은 아니잖아”라는 반응은 그의 감정을 무효화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느꼈다면 정말 힘들었겠다”라는 반응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신호다.

두 번째, 감정의 반영은 상대가 표현한 감정이나 말의 뉘앙스를 그대로 되돌려주는 기술이다. 이는 ‘내가 당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정서적 피드백으로 작용하며, 대화자 간의 신뢰를 강화시킨다. “그게 속상했겠다”, “불안했구나”, “많이 억울했겠다”처럼 감정을 명명하고 함께 공유하는 방식은 말하는 사람에게 큰 위안을 준다. 이런 피드백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무시되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 번째, 반응의 일관성은 ‘듣는 사람’이 일관된 태도로 반응함으로써 상대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말을 들을 때는 다정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면 상대는 혼란을 느낀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대화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반응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말하는 사람은 점차 자기 이야기를 깊이 있게 꺼낼 수 있게 된다.

결국 잘 듣는다는 것은 언어적 기술이기보다는 관계를 맺는 태도에 가깝다. 이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주는 감정은 단순한 ‘말 상대’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사람들은 그런 사람 곁에서 자주 진짜 자신으로 돌아가게 된다.

공감은 기술이다: 누구나 훈련 가능한 경청의 습관

잘 듣는 사람은 타고나는 것일까? 일부 사람들은 본래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거나 공감 능력이 높은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심리학에서는 경청 능력 역시 훈련과 연습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고 본다. 공감은 ‘성격’이 아니라 기술이며, 특히 대인관계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경청 능력을 향상시키는 첫 번째 방법은 내적 판단 중지하기다. 우리가 이야기를 들을 때 머릿속에서는 동시에 여러 가지 판단이 일어난다. ‘왜 저렇게 생각하지?’, ‘내가 대신 해결해줘야 하나?’, ‘이건 그 사람이 잘못한 거 아닌가?’ 같은 생각들은 듣기의 흐름을 끊고, 상대를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판단의 대상’으로 바꾸게 만든다. 이럴 때는 잠시 스스로에게 “나는 지금 이 사람을 판단하려는가, 이해하려는가?”를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적절한 침묵’을 유지하는 연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 중 침묵을 어색해하고, 그 공백을 말로 채우려 한다. 하지만 잘 듣는 사람은 침묵의 시간을 존중하며, 그 사이에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더 깊이 탐색할 수 있도록 기다린다. 이 ‘심리적 여백’은 오히려 상대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성찰하도록 돕는다. 상담심리에서도 침묵은 ‘의미 있는 메시지’로 간주되며, 말보다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습관은 정확하게 되묻기이다. 이는 듣는 사람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며, 동시에 말하는 사람에게 ‘내 말이 왜곡되지 않고 잘 전달되었구나’라는 신뢰를 준다. 예를 들어, “그러니까 지금 상황이 당신에게는 꽤 압박감 있게 느껴진 거군요?”처럼 말의 요지를 다시 정리해주는 방식은, 단순한 경청을 넘어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술들을 일상에서 조금씩 적용해나가면, 우리는 점점 더 타인의 말에 민감해지고, 그 감정에 신중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듣기’가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적극적인 정서적 행동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잘 듣는 사람은 대화를 통해 누군가를 변화시키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온전히 존재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경청이 지닌 힘이다.

잘 듣는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자기 존재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 공감과 경청은 더 나은 인간관계를 위한 핵심 기술일 뿐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 연결감을 지탱하는 심리적 토대이기도 하다. 말하는 사람보다 들어주는 사람이 더 귀한 시대, 진짜 잘 듣는 사람이 될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