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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어디서 오는가? — 뇌과학이 풀지 못한 마지막 미스터리

by 오선임 2025. 6. 9.

우리는 깨어 있을 때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생각하고, 느끼며 세상을 인식한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면 반응하고, 아픔을 느끼면 고통을 표현하며, 거울 속 자신을 보며 '나'라는 존재를 인지한다. 이러한 의식은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이지만, 오늘날의 뇌과학과 철학,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금조차도 ‘의식이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의식은 어디서 오는가? — 뇌과학이 풀지 못한 마지막 미스터리를 탐구하기 위해 의식의 과학적 정의와 탐색의 시작, 뇌의 어느 부분이 의식을 만들어내는가?, 의식은 측정 가능한가? —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의식은 어디서 오는가? — 뇌과학이 풀지 못한 마지막 미스터리
의식은 어디서 오는가? — 뇌과학이 풀지 못한 마지막 미스터리

의식의 과학적 정의와 탐색의 시작

의식은 간단히 말해 ‘자기 자신과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된다. 우리는 고통, 기쁨, 감정, 생각, 기억 등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내적 경험을 지각하고 있는 상태가 바로 의식이다. 하지만 이 정의는 철학적 개념에 가깝고, 과학적으로 측정하거나 실험하기는 매우 어렵다.

의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20세기 중반까지도 활발하지 않았다. 뇌과학이 주로 행동, 기억, 신경전달물질에 집중했던 시기에는 ‘의식’은 비과학적이고 측정 불가능한 영역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뇌 영상 기술이 발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는 패턴을 관찰하며 연구자들은 의식이 발생하는 물리적 기반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특히 후두엽, 측두엽, 전두엽 등 대뇌피질 영역의 상호작용이 복잡할수록, 사람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이 더 뚜렷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의식이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지, ‘의식을 만들어내는 원인’인지에 대한 구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것이 바로 의식의 과학이 직면한 핵심적 한계다.

뇌의 어느 부분이 의식을 만들어내는가?

뇌는 신체의 거의 모든 생리적 반응과 감각 처리를 담당한다. 감각은 후두엽과 측두엽에서, 운동은 전두엽에서, 기억은 해마와 관련된 변연계에서 이뤄진다. 그렇다면 의식은 뇌의 어느 부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연구자들은 다양한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의식과 밀접하게 관련된 영역을 몇 가지 제안했다.

그중 하나는 시상과 대뇌피질 간의 연결 회로다. 시상은 각종 감각 정보를 대뇌피질로 전달하는 중계소이며, 이 과정이 끊기면 감각은 들어오지만 인식되지 않는다. 실제로 뇌 손상 환자 중 감각기관은 멀쩡하지만,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있다. 이는 단순한 감각 정보가 아닌 통합된 인식의 회로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전전두엽과 대상회의 활성도 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전전두엽은 자기 인식, 계획, 판단을 담당하며 고차원적 사고의 중심이다. 대상회는 감정과 기억의 연결을 조절하며, 특히 내면 상태에 대한 자각과 관련 있다. 이들 영역이 활발히 소통할 때 우리는 ‘깨어 있고’, ‘생각하며’,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의식 상태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이러한 관찰은 ‘어디서 의식이 생겨나는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뇌 부위가 동시에 작용하지만, 이들 중 어느 한 부위도 단독으로 의식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의식은 단일 부위가 아닌 복합 회로의 상호작용 결과라는 이론이 지배적이다.

의식은 측정 가능한가? — 과학과 철학의 경계

의식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측정 가능성이다. 신경세포의 활동, 혈류량, 뇌파는 측정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이 생각이 주관적으로 어떤 느낌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를 과학자들은 주관적 경험의 문제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같은 음악을 들었다고 하자. 뇌파나 활성 부위는 유사할 수 있으나, 한 사람은 슬픔을 느끼고, 다른 사람은 위안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물리적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개인 내면의 경험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의식의 질적 측면, 즉 ‘느낌’ 자체를 과학이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문제로 인해 일부 학자들은 의식을 뇌의 결과물이 아닌 정보 처리의 패턴 혹은 시스템의 자기 참조 능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반면 일부 철학자들은 의식은 물질로 환원할 수 없는 고유한 실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뇌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주관적 경험이라는 ‘마지막 장벽’ 앞에서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멈춰 있다.의식은 우리가 가장 가까이에서 매 순간 느끼지만,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 중 하나다. 뇌는 명확한 물리적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의식은 그것을 넘어서 있는 심오한 경험의 본질을 포함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뇌의 구조와 기능은 의식의 조건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나, 그 자체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의식을 탐구하는 일은 뇌과학뿐 아니라 철학, 인공지능, 심리학이 함께 다루어야 할 종합적인 과제다.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는 가장 깊은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신경세포와 감정, 경험, 기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의식은 단순한 생물학적 반응이 아닌, 인간 존재의 핵심이며, 아직 풀리지 않은 과학의 마지막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