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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사람은 감기에 잘 안 걸릴까? — 개인 면역체계의 과학

by 오선임 2025. 6. 11.

겨울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감기로 고생한다. 기침, 콧물, 몸살, 발열 등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증상이지만, 이상하게도 주변에는 감기에 한 번도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생활을 하는데도 어떤 사람은 병에 잘 걸리고, 어떤 사람은 멀쩡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차이는 단순히 운이나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몸속에서 작동하는 복잡한 면역 체계와 관련이 깊다. 이번 글에서는 왜 어떤 사람은 감기에 잘 안 걸릴까? — 개인 면역체계의 과학을 탐구하기 위해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 — 타고난 면역력의 차이,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 — 장내 세균이 면역력을 좌우한다, 생활 습관과 환경 — 면역 체계의 후천적 조절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왜 어떤 사람은 감기에 잘 안 걸릴까? — 개인 면역체계의 과학
왜 어떤 사람은 감기에 잘 안 걸릴까? — 개인 면역체계의 과학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 — 타고난 면역력의 차이

우리 몸은 외부 병원체가 침입하면 이를 인식하고 제거하기 위한 방어 체계를 작동시킨다. 이 면역 체계는 크게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으로 나뉘는데,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첫 반응은 주로 선천 면역이 담당한다.

선천 면역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방어 메커니즘으로, 병원체가 몸에 들어오자마자 신속하게 반응한다. 대표적인 세포로는 대식세포, 자연 살해 세포, 호중구 등이 있으며, 이들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구분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공격한다. 이 반응이 빠르고 강력할수록 감기 바이러스가 몸 안에서 증식하기 전에 제거되므로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아주 가볍게 지나간다.

반면 후천 면역은 특정 병원체에 노출된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한 면역 반응으로,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정밀하고 강력한 효과를 낸다. 백신은 바로 이 후천 면역을 이용한 방식이다. 유전적으로 선천 면역 반응이 강하거나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기억 면역세포를 잘 보유한 사람들은 같은 바이러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도 잘 감염되지 않는다.

이처럼 감기에 강한 사람들은 대개 선천 면역 반응이 민첩하고 효과적이며, 후천 면역 역시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면역 반응의 정도는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기도 하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배열이 면역 세포의 반응성과 다양성을 결정짓는다.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 — 장내 세균이 면역력을 좌우한다

최근 면역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 중 하나는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이는 우리 몸에 공존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 군집을 의미하며, 특히 장내 미생물은 면역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장은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니라, 면역 세포의 약 70퍼센트가 집중된 면역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장내에 서식하는 유익한 세균은 병원성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고,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조절한다. 장내 세균이 균형을 이룰수록 면역 체계는 과도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작동하며, 감염에 대한 방어 능력도 최적화된다. 반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줄어들거나 유해균이 많아지면 면역 반응이 왜곡되거나 과민하게 반응하여 오히려 감염에 취약해진다.

감기에 강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장 건강이 좋다는 점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 발효식품의 섭취,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등은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의 공존 상태가 면역력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다.

생활 습관과 환경 — 면역 체계의 후천적 조절

면역력은 타고난 능력이지만, 평소의 생활 습관과 환경 요인에 따라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일상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충분한 수면이다. 수면 중에는 면역 세포의 재생과 정비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바이러스와 싸우는 단백질의 생산도 증가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면역 세포가 온몸을 순환하며 병원체를 감시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반면 과도한 운동이나 만성적인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사 습관은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스트레스는 면역력 저하의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면역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고 염증 반응을 불균형하게 만든다.

면역력은 하나의 단일 수치가 아니라, 신체 전체의 조화로운 생리 작용의 결과다. 즉, 건강한 식습관, 적절한 운동, 충분한 휴식, 긍정적인 정서 상태 등 다양한 요소가 통합적으로 작용하여 면역 체계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이다. 감기에 강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 모든 조건을 잘 갖춘 경우가 많으며, 이는 면역 체계가 자연스럽게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사람들은 단순히 체질이 좋거나 운이 좋은 것이 아니다. 그들의 몸속에서는 타고난 유전적 면역력, 건강한 장내 환경, 균형 잡힌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 특히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 마이크로바이옴, 수면과 스트레스 같은 요인은 단독이 아닌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작동한다.

우리가 면역력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지만, 일상에서 조금씩 관리하고 조절할 수는 있다. 면역력은 평소 삶의 방식에 따라 천천히 변화하며, 작은 습관 하나가 감기를 피할 수 있는 방패가 될 수 있다. 과학은 이제 면역의 정체를 점점 더 명확히 밝히고 있으며, 그만큼 건강한 삶을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길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